05 · 53회차 5일차
포도
포도는 가을의 시작이다. 여름의 뜨거운 햇빛이 조금씩 물러갈 때면 재래 시장에는 초록빛과 보랏빛 포도알이 탱글 탱글하게 익어간다. 한 알을 베어 물면 생각보다 높은 당도에 놀란다. 예전에는 한 송이도 거뜬히 먹었지만, 요즘 포도는 몇 알만 먹어도 충분하다. 알은 더 커지고 달콤해졌으며, 씨가 없고 껍질도 얇아 먹기 편해졌다. 과일도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.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.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무엇을 바꾸고 있는지,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어떤 말을 건네고 있는지 돌아본다. 뜨거운 햇빛을 견디며 더 단단하고 달콤하게 익어온 포도처럼, 나도 삶의 시간을 견디며 조금씩 성장하고 싶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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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복선 · 십나오 여유당 · 시즌 6 53회차